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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밀 구역만 규정대로 닫혀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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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기영 댓글 0건 작성일 19-06-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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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수 실험' 현장 참관기


C데크 창문과 통풍구에서 바닷물이 처음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

물이 C데크에 차오르더니 세월호가 더 기울어졌고 D데크와 E데크를 거쳐 기관구역까지 흘러들어갔다

닫혀 있어야 할 선체의 수밀 구역이 열려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네덜란드 해양 연구소 마린은 네덜란드 바헤닝언과 에더에서 2월19일~3월2일 세월호 침몰사고 모형실험을 진행했다. 실물 크기의 약 30분의 1로 축소된 세월호 선체 모형이 지난달 22일 대형 수조 안에서 침몰 중인 모습.


▶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동남쪽 방향에 있는 소도시 바헤닝언과 에더에서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부터 이달 2일까지 세월호 침몰사고 모형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지난 1월에 진행한 1차 자유 항주 실험에 이어, 세월호가 왜 기울어졌고 빠르게 침수됐는지 그 원인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단원고 희생자 아빠 두 명과 함께 현장을 참관한 4·16연대 활동가 장은하씨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바헤닝언에 자리한 해양연구소 ‘마린’의 감압수조 안. 실물 크기의 약 30분의 1로 축소된 세월호 선체 모형이 잔잔한 수면 위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기운다.

모형이 45도 각도에 다다르자 3층 열린 창문에서부터 시나브로 침수가 시작된다.

선체 내 물의 양이 차오를수록 배가 기우는 속도가 빨라진다.

천천히 차오르던 물이 화물칸에 이어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을 순식간에 집어삼키자 실험 장면을 기록하던 두 아빠는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만다.

2014년 4월16일 그날처럼 선체가 완전히 침몰하는 과정을 두 아빠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며 기록한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네덜란드 해양 연구소 마린이 진행한 이번 2차 모형실험은 침수 과정을 밝히는 ‘침수 실험’과 ‘침몰 실험’, ‘실시간 항해 시뮬레이션’으로 구성됐다.

항해 시뮬레이션은 선체를 직접 조종하면서 사람의 조타 행위와 사고 당시 해역의 조류·방향·세기가 세월호 침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단원고 희생자 동수군의 아빠 정성욱(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씨와 건우군의 아빠 김광배(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 팀장)씨는 2월19일(현지시각)부터 3월2일까지 12일째 2차 모형실험도 참관하고 있다.

두 아빠의 참관 일지를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2월19일

김광배 네덜란드에 와서 맨 먼저 본 실험이 실시간 항해 시뮬레이션 실험이었다. 전남 진도 병풍도 등 사고 당시 해역의 지형과 조류를 그대로 적용한 가상 화면을 바라보며 실시간으로 배를 운항했다. 50년 경력의 선장이 직접 조타를 하면서, 참사 당시 세월호 조타실에서 일어났을 법한 여러 가지 조타 시나리오들이 세월호의 항적과 기울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했다.

선장 뒤에서 실험 장면을 꼼꼼히 촬영하다 문득 왼쪽 창문을 봤다. 수평선은 사라지고 시꺼먼 어둠이 기울어져 있었다. 배가 기울면 기울수록 왼쪽 편이 점점 검어졌다. 가상화면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 ‘아 저게 바다구나. 우리 아이들이 4월16일 그날 객실 벽에 기대 바라본 것이 바로 저 까만 바다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이 생생하게 와닿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어른들이 구조해주리란 믿음 속에서 두렵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이들의 영상이 떠올라 내내 마음이 괴롭고 감정이 복받쳤다.

2월20일

정성욱 마린의 실험 담당자들은 지난 1월 내가 직접 달아준 세월호 배지를 여전히 가슴에 달고 있다. 오늘은 침수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이다. 실험 총책임자가 먼저 세월호 기억 리본과 나비를 줄 수 있겠냐 물어봐, 가지고 있던 리본과 나비를 달아줬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 가슴이 벅차고 고마웠다.

이번 침수 실험과 침몰 실험은 세월호 침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다. 선체조사위원회가 제공한 세월호 구조도에 따라 제작된 탄소섬유 모형은 외관뿐만 아니라 선체 내부의 객실과 개구부, 격벽 등 세월호 선체 내부의 구획과 구조도 똑같이 재현됐다. 모형 내부가 투명한 아크릴판으로 제작돼 있어 어디서부터 침수가 진행되고 물이 어떻게 흘러들어갔는지를 육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목포 신항에서 직접 찍은 세월호 선체 사진과 모형을 비교하며 실험을 준비했다. 모형을 확인하며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실험 장면을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과 기대감이 다시 커졌다.



2월21일

김광배 세월호 선체가 침수하는 과정이 재현될 수 있도록 선체 모형에 헥사포드(통제장치)라는 기계를 달아 침수가 이뤄졌을 때의 선체 각도를 조정해가며 실험을 진행했다. 모형 내부가 침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여기 왜 왔을까’ 후회했다. 1년 가까이 직접 세월호 선체를 지켜보며 무뎌졌다 생각했지만, 객실이 침수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픔은 상상을 초월했다.

화물이 있었던 C데크에서부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 화물칸인 D데크, 객실이었던 A데크 순으로 물이 차들어오는데, 내 눈에는 아이들이 있었던 4층 객실 A데크만 자꾸 보였다. 객실에 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를 때마다 아이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가 생생히 느껴졌다. 손가락이 골절돼 돌아온 건우가 떠올랐다. 대부분 아이들이 손가락을 다친 상태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무섭고 또 살고 싶었을까. 그 안에서 엄마 아빠를 얼마나 애타게 찾았을까.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휴대전화를 더 꽉 붙잡았다. 기록해야 한다, 아빠니까, 나는 아빠니까.

2월22일

정성욱 여태까지 진행된 침수 실험은 30분의 1로 크기가 줄어든 모형에 맞게 대기압도 30분의 1로 줄여야 하다 보니 감압수조 안에서만 이뤄졌다. 어쩔 수 없이 모니터로 실험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는 기계가 없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침몰 실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감압수조가 아닌 일반 수조에서 침몰 실험 과정을 전체적으로 점검한 것이다.

물이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어떻게 이 배가 침몰하게 될지, 그 안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생각나 마음이 괴로웠다. 누군가 나오라고만 하면 전원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분.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인데 아무도 나오라고 하지 않아 죽었다. 내가 촬영한 이 기록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 기록이 소중하게 쓰인다면 이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바꾸고 우리 아이들이 죽은 원인을 밝혀내 그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제공한 세월호 구조도에 따라 제작된 모형배는 외관뿐만 아니라 선체 내부의 객실과 개구부, 격벽 등 세월호 선체 내부의 구획과 구조도 똑같이 재현했다. 2월22일 네덜란드 에더에 있는 해양 연구소 마린에서 단원고 희생자 동수군의 아빠 정성욱(가운데)씨와 건우군의 아빠 김광배(맨 오른쪽)씨가 모형배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지난 2월19일 네덜란드 바헤닝언에 있는 해양 연구소 마린에서 전남 진도 병풍도 등 사고 당시 해역의 지형과 조류를 그대로 적용한 가상 화면을 띄워놓고 ‘실시간 항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선체를 직접 조종하며 사람의 조타 행위와 사고 당시 해역의 조류·방향·세기가 세월호 침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2월23일

정성욱 선체조사위원회가 인양된 세월호를 조사해보니 참사 당시 물이 들어가면 안 되는 선내 수밀 구역 일부가 문이나 격벽으로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는 상태였다. 안전을 위해 닫았어야 할 수밀 구역을, 단지 선원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려고 그냥 열어놓았던 것이다. 오늘은 참사 당시 열려 있던 수밀 구역 중 일부를 닫은 상태로 침몰 실험을 진행했다. 규정대로 수밀 구역이 닫혀 있을 경우 선체 모형의 침수 과정과 속도가 2014년 4월16일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쉽게도 시간이 모자랐다. 밤 10시가 넘은 탓에 선체의 수밀 구역을 모두 닫은 채 진행하는 실험은 이뤄지지 못했다. 물이 들어가는 통로가 규정대로 모두 막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함에 아쉬움을 표현하자 담당자가 3월2일에 추가로 실험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싫은 기색 없이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성실히 실험에 임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이 고맙고 신뢰가 간다.

이날로 2차 침수 모형실험은 모두 마무리됐다. 실물 크기의 30분의 1인 세월호 모형 내부에는 카메라 3대가 설치돼 침수 과정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또 물속과 모형배 위쪽에도 카메라를 설치해 침몰 과정도 담았다. 이번 모형실험을 통해 세월호 C데크의 창문과 통풍구에서 바닷물이 처음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 밀려들어온 물이 C데크에 차오르더니 세월호가 더 기울어졌고 D데크와 E데크, 기관 구역까지 흘러들어갔다. 닫혀 있어야 할 선체의 수밀 구역이 열려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C데크와 D데크 전체에 물이 반 이상 차오르자 여객층이 빠르게 물에 잠기더니 배가 뒤집혔다. 뱃머리만 수면 위로 드러낸 4월16일 그날의 모습이 됐다. 세월호의 빠른 침수·침몰 과정이 재현된 것이다.

지난 1월22~29일엔 1차 자유 항주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자유 항주 실험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된 세월호 모습과 가장 가까운 항주를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길이 170m, 너비 40m, 깊이 10m의 대형 수조에 세월호 크기의 25분의 1로 축소한 노란 배를 띄워놓고 무게중심과 뱃머리의 각도, 화물 이동, 스태빌라이저(배의 균형을 잡도록 선체 양쪽에 붙은 장치) 등을 계속 바꿔가면서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실험을 200여차례 반복했다. 이렇게 얻은 각종 데이터값은 실시간 항해 시뮬레이션에 사용됐다. 세월호 조타실 크기로 재현된 모형실에서 사람이 항주 데이터값에 따라 배를 직접 조종하며 사고 당시 배의 기울기와 속도, 항로를 구현한 것이다.

선체조사위와 마린은 1차 실험과 2차 실험에서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고 추가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2월28일~3월2일 다시 모였다. 24일부터 27일까지 네덜란드·독일·프랑스를 옮겨다니며 교민 간담회를 연 두 아빠는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2월28일

김광배 마린에 와서 처음 본 시뮬레이션 실험이 지난 1월에 진행된 1차 자유 항주 실험의 결과값을 바탕으로 진행됐는데, 나는 1차 실험은 직접 지켜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유 항주 실험이 어떤 것인지 많이 궁금했다. 처음엔 주어지는 조건에 따라 조금씩 선회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모형의 항적과 선박자동식별시스템 항적도를 비교해보고 여러 가설을 고민해보느라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모형이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배가 급선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유 항주 실험, 배가 기울어지는 상황을 조타실 안에서 재현하는 시뮬레이션 실험, 선체에 물이 들어오는 걸 지켜봐야 하는 침수 실험. 이 모든 과정들이 4월16일을, 그날의 건우와 아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혼자였으면 힘들었을 이 기간 동안 버티고 부딪히고 힘낼 수 있었던 건, 같은 마음으로 아파하는 동수 아빠가 있어서였다. 무엇보다 나중에 건우를 만나는 날, 부끄럼 없이 “그래도 아빠가 최선을 다했지?” 웃으면서 말하고 싶어서다.



실험을 마치며 소망한다

김광배 충분한 사실 규명도 없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멋대로 규정짓고 왜곡한 박근혜 정권의 거짓말이 이번 실험을 통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현장에서 실험을 지켜보며 참사의 진실을 갈구하는 마음이 한층 더 커지고 강해졌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어떤 이유나 명분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이번 실험이 국민의 생명권이 보장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되길 소망한다.

정성욱 지난번 1차 실험을 견뎌냈으니 2차 실험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무너졌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실험이 없던 2월24~27일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만난 교민들 덕분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같은 마음으로 아파해주는 사람들의 염원이 하루빨리 이뤄지면 좋겠다. 국민의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가족들도 앞장서서 함께 노력할 것이다. 이번 네덜란드 실험 과정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기억해주고, 앞으로도 함께해주길 소망한다.

바헤닝언·에더(네덜란드)/글·사진 장은하 4·16연대 활동가


http://v.media.daum.net/v/2018030314012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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